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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적 해석

Prima della forma: 비스듬히 흐르는 색

거친 입자의 사선 띠가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화면을 가로지른다. 형태는 밀도의 변화 속에서 감지되지만 확정된 윤곽으로 닫히지 않는다.

아우구스토 살바토레 오포, ASO-0271, 1986년, 아카이브 목록명 Prima della forma: 분홍·갈색·푸른 회색의 입자감 있는 사선 띠

비평적 읽기

Prima della forma에서는 넓은 사선 띠가 세로 화면을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지난다. 먼지 낀 듯한 분홍, 갈색, 베이지, 푸른 회색이 교차하지만 닫힌 형상을 그리지는 않는다. 어떤 영역은 미세한 입자로 빽빽해지고 다른 곳은 바탕이 드러날 만큼 밝아진다. 중앙의 좀 더 밝은 띠는 두 붉은 기운을 잠시 갈라 놓으나 진행 방향의 연속성은 막지 않는다. 자료는 1986년과 49 × 36cm의 크기를 기록하지만 재료를 밝히지 않는다. 제목은 아카이브가 붙인 목록명이지, 작가가 이 작품을 준비 단계라고 선언한 말이 아니다.

화면은 안정된 외곽선을 포기하면서도 방향감은 강하다. 띠는 대각선으로 내려가며 넓은 박자로 시선을 이끈다. 그러나 가장자리는 작은 입자와 엷은 층으로 흩어진다. 방향과 분산 사이에 긴장이 생긴다. 멀리서는 큰 사선 운동이 흐름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는 그 연속성이 색과 밀도의 작은 차이로 쪼개진다. 표면은 종착점을 가리키지 않는다. 각 띠는 그림의 경계를 넘어 이어질 듯하고 이웃한 띠가 그 속도와 강도를 바꾼다. 공간은 알아볼 수 있는 원근법이 아니라 이러한 이행으로 이루어진다.

위쪽에서는 연보라와 푸른 회색이 더 따뜻한 색조를 누그러뜨리고, 짧게 번쩍이는 노랑이 색 속에 나타나되 독립된 중심은 되지 않는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분홍과 갈색의 무게가 커지며 베이지와 번갈아 나온다. 이것은 차가운 색에서 따뜻한 색으로 곧장 옮겨 가는 그라데이션이 아니다. 색은 되돌아오고 서로 섞이며 세기를 바꾼다. 이러한 순환 탓에 띠를 딱딱하게 나눌 수 없다. 더 밝게 보이는 대각선의 표면에도 어두운 알갱이와 흐린 그림자가 깃들어 있다. 빛은 그림 앞의 물체를 비추기보다 층 사이로 스며 나오는 듯하다.

입자감은 구조적 역할을 한다. 작은 단절들이 띠의 경계를 떨리게 하고 전체 흐름과 다른 관찰의 척도를 제시한다. 처음에는 균질해 보이는 영역도 밝은 이행, 갈색 흔적, 남은 푸른색으로 점점이 나뉜다. 따라서 ‘형태 이전’이라는 제목은 시각적 울림을 얻는다. 어떤 물체가 생겨나는 기록된 순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열린 상태로 붙잡아 두는 구성을 본다. 방향은 이미 인지되지만 윤곽은 성기다. 가장자리의 부드러움을 구성의 부재로 오해하지 않게 해 주는 중요한 구별이다.

앞면 사진은 어두운 곳이 단지 밝은 띠 위에 얹힌 그림자가 아니라는 점도 보여 준다. 어두운 부분은 때로 주된 대각선과 평행하게, 때로 조금 비껴서 저마다의 흐름을 따라 모인다. 중앙 영역은 이처럼 가깝지만 똑같지 않은 움직임이 만나는 장소다. 작은 화면은 관계를 응축한다. 미묘한 색조 변화가 넓은 띠가 눈을 재촉하는 것만큼이나 눈을 늦출 수 있다. 구성은 추상적이지만 막연하지 않다. 색의 모든 이행이 거리와 방향의 감각을 바꾼다.

비평적 쟁점

형태와 비정형의 관계가 이 작품의 첫 문제다. ‘이전’이라는 말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사진 속 표면에는 지속적인 대각 방향, 밀도의 교차, 밝은 틈, 조율된 색 변화라는 정밀한 조직이 있다. 형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닫힌 실루엣 대신 불안정한 가장자리에 맡겨져 있다. 작품은 무엇을 그렸는지 이름 붙이지 않고도 구성이 일관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눈앞에 있는 것은 미래 이미지의 계획이 아니라 이미 작동 중인 색의 흐름들 사이의 균형이다.

같은 1986년으로 기록된 Polifonia fragile와 비교하면 사선 운동을 조직하는 두 방식을 구별할 수 있다. 그 작품에서는 길고 알아보기 쉬운 회색 획이 밝은 바탕을 가로지르고, 그 사이에 보라와 노랑 얼룩이 있다. 여기서는 가장자리가 풀리는 색 띠 자체가 주로 움직인다. 전자에서는 선이 바탕에서 떨어져 나와 교차의 망을 짜고, 후자에서는 방향이 색 내부에서 태어나는 듯하다. 같은 연도는 비슷한 조형 문제를 나란히 보게 하지만 제작 순서나 작품 사이 변화의 인과관계를 알려 주지 않는다.

Il respiro fra i segni도 1986년 작품이며 옅은 색조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그 표면에는 드문 홈이나 새긴 선, 엷은 보라 얼룩이 있고 넓은 부분이 거의 흰색이다. Prima della forma는 훨씬 넓고 입자감 있는 띠에 색을 퍼뜨려 화면 전체를 차지한다. 비교는 밀도의 차이가 연한 색조의 효과를 얼마나 바꾸는지 알려 준다. 앞 작품에서는 빈 곳이 우세하여 흔적이 드문 만큼 두드러지고, 이 작품에서는 이어지는 색이 밝은 틈을 남기면서 운동을 만든다.

제목 때문에 띠 안의 숨은 형상을 찾고 싶을 수 있다. 사진에는 그것을 식별할 충분한 단서가 없고 자료도 소재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 그림의 가치는 암시를 가능성으로 남겨 두는 데 있다. 사선은 걸러진 빛, 기울어진 땅, 공기의 흐름을 연상시킬 수 있으나 어느 비유도 필수적이지 않다. 성긴 가장자리는 띠가 물체처럼 안정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비평은 그림의 환기력을 인정하면서도 외부 세계를 문자 그대로 묘사한 것으로 바꾸지 않을 수 있다.

뒷면은 두 번째 목록 사진에 기록되어 있다. 청록색 테두리 안의 훨씬 밝은 표면에는 가는 선과 빽빽한 획의 아래쪽 띠가 보인다. 물체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지만 양면의 작업 순서나 기술적 과정이 저절로 밝혀지는 것은 아니다. 큰 입자 사선의 면이 주요 앞면으로 남는다. 두 사진을 나란히 보면 방향과 밀도에 대한 공통 관심을 느낄 수 있지만 한 이야기의 두 단계로 볼 근거는 없다. 시각 자료는 보여 주는 것과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을 함께 읽어야 한다.

아우구스토 오포의 전기는 1986년을 작가의 여정에 놓지만 이 구성을 특정 장소나 사건에 연결하지 않는다. 목록에도 기법은 기록되지 않았다. 엷은 층의 작용을 말하기 위해 특정 재료를 단정할 필요는 없다. 색조는 시각적으로 겹치고 작은 입자 안에서 옅어지며 띠로 모인다.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이 없는 화면에서는 관찰과 추론을 구분하는 일이 특히 필요하다. 이 작품의 정밀함은 지어낸 소재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색조, 방향, 규모와 가장자리의 관계에 있다.

평가

Prima della forma는 자칫 흐릿해질 수 있는 효과를 다스린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다. 사선은 화면에 읽을 수 있는 방향을 주고 입자와 색의 번짐은 그 방향이 굳는 것을 막는다. 밝은 부분은 빈 쉼표가 아니고 갈색으로 모인 부분도 막힌 덩어리로 닫히지 않는다. 각 띠는 다른 띠와 접촉을 유지한다. 구성은 지속적인 움직임을 느끼게 하면서 그것을 흥미롭게 만드는 국소 차이를 희생하지 않는다. 이 섬세한 응집력이 가장 강한 성취다.

분홍, 연보라, 베이지와 푸른 회색의 범위는 과시적인 대조를 피한다. 대신 눈이 띠를 따라 움직일 때 달라지는 확산광을 제안한다. 가까이 보아도 첫 대각 제스처로 표면이 다 소진되지 않는다. 입자, 밝아지는 부분과 방향 이탈이 시선의 길을 다시 연다. 멀리서도 전체 운동의 명료함이 유지된다. 두 관찰 척도는 작품을 단순한 분위기 연구와 구별하고 고유한 구조를 부여한다.

1986년의 작품들 가운데 더 선적이거나 더 성긴 작업과의 비교는 이 색채 해법의 독창성을 보여 준다. 아카이브 명칭은 끝나지 않은 출현을 암시하지만 그림은 확정적 실루엣을 고정하지 않기에 오히려 완결된다. 판단은 보이는 것, 곧 사선 띠와 풀어진 경계, 다시 나타나는 색과 밀도의 변화에 근거한다. 형태는 가상의 미래로 미뤄지지 않았다. 이미 화면의 부분들 사이에서 움직이는 관계로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