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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적 해석

La parete del tempo: 빛이 가로지르는 격자

검은 선이 회색 표면을 크기가 다른 가로 띠로 나눈다. 격자 안에서는 주름과 노란 틈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듯하다.

아우구스토 오포의 1982년 작품 ASO-0427, La parete del tempo: 검은 선으로 나뉜 회색 띠 사이에 노란 틈이 보인다

비평적 읽기

La parete del tempo의 작품 기록에는 1982년과 43 × 52센티미터가 적혀 있지만 기법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이 명칭은 아카이브의 목록상 제목이며 작가가 직접 선택했다는 기록은 없다. 세로로 긴 화면을 검은 선들이 가로질러, 주로 회색인 면을 폭이 서로 다른 가로 띠와 구역으로 나눈다. 그 안에 밝은 주름, 삼각형 그림자, 찢어진 듯한 자국, 작은 노란 섬광이 떠오른다. 이 구조가 벽을 떠올리게 하는 것은 시각적 차원에서만 그렇다. 벽돌이나 모르타르, 알아볼 수 있는 장소는 보이지 않는다. 작품은 오히려 기하학적 분할과 계속 변하는 듯한 표면을 관계 짓는다.

맨 위에는 연한 회색의 넓은 띠가 있다. 색조의 변화는 거의 수직 방향을 따르고, 약간 불규칙한 어두운 선이 아래 경계를 표시한다. 바로 아래에서는 빛의 효과가 더 극적으로 변한다. 왼쪽으로 노란 영역이 열리고 접히는 듯한 큰 밝은 형태가 이를 가로지른다. 가운데에서는 검은 그림자가 내려앉았다가 부드러운 윤곽으로 다시 올라오며, 오른쪽에서는 회색이 비스듬한 면에 모인다. 이 부분을 닫는 가로선은 단순한 구분선만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입체감이 기대거나 끊어지는 문턱처럼 작용한다.

가운데 띠에서는 리듬이 달라진다. 회색은 더 잘게 갈라지고 어두운 흔적과 밝은 이행부가 마모된 표면을 연상시키지만,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검은 세로선은 어떤 부분에서는 선명하게 가르고, 다른 곳에서는 끊기거나 힘을 잃는다. 따라서 화면은 균일한 바둑판이 아니다. 어떤 구역은 경계 너머로 이어지는 듯하고, 다른 구역은 불투명한 덩어리에서 닫힌다. 보는 이는 선을 따라 전체 구도를 읽다가 색조 변화 속에서 다시 그 선을 놓친다. 이런 교차가 격자가 그 안의 모든 것을 지배하지 못하게 한다.

아래쪽의 더 어두운 회색 영역에는 균열처럼 보이는 노란 틈이 나타난다. 형태는 불규칙하다. 왼쪽에서는 칼날 같은 빛이 검정에서 솟고, 가운데에서는 비스듬한 빛이 좁아지며, 오른쪽의 또 다른 틈은 꺾인 듯하다. 그 사이에는 무게가 다른 그림자의 간격이 남는다. 맨 아래 띠는 다시 밝고 얼룩진 회색으로 돌아간다. 오른쪽 아래에는 서명과 ‘1982’가 식별된다. 작품은 마지막 계시를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빛을 간격을 두고 배치해 각 영역마다 서로 다른 시각적 지속 시간이 있는 듯하다. 시선은 위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전체를 잇는 선들로 돌아온다.

비평적 쟁점

아카이브 제목에는 시간의 은유가 담겨 있지만, 화면에는 읽을 수 있는 연대기의 표지가 없다. 연속된 날짜도, 글귀도, 단계적으로 서술되는 변형도 없다. 시간은 시선이 느려지는 방식에서 감지된다. 각 띠마다 다시 초점을 맞춰야 하고, 회색에서 노란색으로 넘어갈 때마다 격자와 맺는 관계가 바뀐다. 정면성과 분할을 설명하는 데 ‘벽’이라는 말은 적절하지만, 실제 벽이나 특정 건축적 기억을 작품에 부여하는 것은 증거를 넘어선 해석이다. 이 작품은 우리 앞에 단호히 놓인 평면에 시각적 두께를 부여한다.

검은 선들이 모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은 두 띠를 뚜렷하게 분리하지만, 다른 선은 남은 흔적처럼 한 구역을 지나 다음 경계에 닿기 전에 멈춘다. 이런 불규칙성은 중요하다. 척도의 관념과 진행 중인 과정의 감각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작은 흔적이 더 많은 가운데 띠에서 이러한 긴장이 가장 분명하다. 그곳에서 망은 내부 변화에 거의 흡수되는 듯하다가, 위아래에서는 다시 표면의 조직을 주도한다. 선의 확립과 약화가 리듬을 이루며, 이는 단순히 이미지 위에 격자를 씌운 것보다 복잡하다.

노란색은 드물지만 보는 순서를 조직한다. 위쪽에서는 크고 밝은 형태를 따르고, 아래쪽에서는 검정 사이에 끼어든 더 좁은 틈으로 나타난다. 크기의 변화는 각 구역을 서로 다른 순간처럼 느끼게 하지만 이야기의 장면으로 바꾸지는 않는다. 회색 역시 변한다. 은빛 부분, 베이지에 가까운 따뜻한 부분, 어두운 영역이 떨어진 곳에서 서로 응답한다. 이 그림은 단색 화면에 장식을 덧붙인 것이 아니다. 제한된 색역 덕분에 명도의 작은 차이, 그림자의 방향, 틀이 되는 선에 대한 틈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난다.

역시 1982년 작품인 Il movimento congelato에서는 커다란 회색 형태들이 이어진 밝은 공간 속에서 접히고 비틀리는 듯하다. 명암에 의한 형상화와, 보는 것이 사물인지 조각 같은 출현인지 확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교할 만하다. 그 작품에서는 격자 없이 중심 덩어리가 우세하지만, 여기서는 검은 띠가 주름을 끊고 재듯 구획한다. 효과도 달라진다. 다른 작품이 한 덩어리에 시선을 모은다면 La parete del tempo는 여러 주목 지점으로 시선을 분산한다. 이 비교만으로 문서화된 준비 관계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1982년 작품인 Archivio delle possibilità는 반대편의 비교 대상을 제공한다. 흰 망이 파랑과 보라의 많은 칸을 나누고, 각 칸에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흔적이 가득하다. 시각 장치로서의 분할이라는 점은 닮았지만 밀도와 색은 다르다. 그 작품에서는 거의 모든 칸이 작은 독립적 사건을 품고 바깥 테두리는 짙은 파랑이다. 여기서는 망이 검고 띠가 더 넓으며, 회색이 분할선을 가로질러 전체의 통일된 호흡을 유지한다. 기록된 같은 제작 연도는 정확한 비교를 허용할 뿐, 두 작품이 특정 제작 기법을 공유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아우구스토 오포의 전기는 건축과 표면 구성에 대한 그의 관심을 전한다. 이는 절단과 간격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를 보는 데 유용한 맥락이지만, 이를 설계된 건물로 환원할 근거는 아니다. 작품 기록에는 기법이 열려 있다. 접힘이나 부조처럼 보이는 부분도 확인된 재료가 아니라 사진에서 지각되는 효과로 기술해야 한다. 반면 제작 연도는 목록과 이미지 양쪽에 나타난다. 이러한 문헌적 층위를 구별해야 작품을 전체 작품군 속에 정확히 놓으면서도 형태의 자유를 보존할 수 있다.

평가

La parete del tempo가 설득력 있는 것은 구조가 자신이 조직하는 것을 억누르지 않기 때문이다. 검은 선은 곧바로 척도를 제공하고, 회색과 주름, 노란 틈은 띠마다 그것을 시험한다. 가장 성취가 높은 대목은 큰 빛의 면으로 형상화된 상부에서 흔적이 더 많고 불확실한 중간 띠로 넘어가는 부분이다. 눈은 색의 연속성을 느끼지만 읽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더 아래에서는 노란색이 작고 팽팽한 조각으로 돌아온다. 그리하여 이미지는 이야기나 알아볼 수 있는 대상에 기대지 않고도 수직의 움직임을 유지한다.

제한된 색역은 작은 차이에 무게를 준다. 연한 회색은 검은 선을 만나기 전까지 흰색에 가까워 보일 수 있고, 노란 틈은 고립되어 있기에 힘을 얻으며, 어두운 구역은 일관된 원근법 없이도 깊어 보인다. 이 구성은 가까이 다가갔다가 한 걸음 물러나 보기를 요구한다. 가까이서는 경계와 중단이 드러나고, 멀리서는 띠로 이루어진 전체의 벽 같은 체계가 돌아온다. 이중의 읽기는 작품을 물질적 암시만으로도, 기하학적 질서만으로도 환원하지 못하게 한다.

1982년의 작품군 안에서 Il movimento congelato의 자유로운 덩어리와 Archivio delle possibilità의 촘촘한 망을 비교하면 이 작품의 고유한 선택이 분명해진다. 오포는 시각적 부조 효과를 숨 쉴 만큼 넓으면서도 변화를 알아볼 만큼 경계가 뚜렷한 구역에 나누어 놓는다. 목록상의 제목은 어디까지나 읽기의 제안으로 남을 때 효과적인 은유가 된다. 이 그림의 가치는 연속과 단절 사이의 긴장에 있다. 눈으로 가늠할 수 있으면서도 빛이 옮겨 갈 때마다 달라지는 ‘벽’이다.